작성일 : 19-12-06 05:04
12월6일 똑똑한 우리 아들, 누구를 닮았나? [오래 전 ‘이날’]
 글쓴이 : bvu89
조회 :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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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일인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1999년 12월6일 똑똑한 우리 아들, 누구를 닮았나?

지난 4일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이 언론에 소개됐는데요. 총 15명의 학생들이 이 ‘놀라운’ 성적을 얻었습니다. 아마도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잠을 줄여가며’ 노력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능 만점자들을 보면 그들의 노력에 대한 경의보다 먼저 “대체 이들은 얼마나 머리가 좋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200여개의 문제 중 단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노력만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한편으로는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은 아이를 두고 “당신 머리를 닮았다”고 다투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바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결과가 나옵니다. 제목은 “아들은 엄마 머리 닮는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사는 당시 최신 연구 결과를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헌터 유전학연구팀은 엄마에게서 멋진 외모를, 아버지로부터는 뛰어난 두뇌를 물려받은 아들을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고 하는데요. 이어 “이 연구소의 터너 박사는 여성의 X염색체에 중요한 지능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이 자기 아들에게 지능을 물려준다고 설명했다”고 전합니다.

과학적인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남성은 XY성염색체를, 여성은 XX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X염색체를, 아버지로부터는 Y염색체를 받는다”며 “지능을 좌우하는 주요 유전자는 X염색체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의 지능 일부는 어머니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남성은 X염색체 하나만을 갖고 있어 유전자가 변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반면 여성은 X염색체가 손상되더라도 다른 X염색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남성은 외부의 위험요인에 의해 X염색체가 손상받을 가능성이 높고 여성보다 생존과 뇌기능 유지에 불리하다”고 덧붙입니다. 결국, 머리가 좋은 아들을 뒀다면 어머니 덕분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는 그렇지만 사실, 지능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 하느냐, 지능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요소 중 무엇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인데요.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 듯 기사에는 “지능과 관련된 확실한 유전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능을 결정하는 하나의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을 수 있고, 다른 염색체에 있을 수도 있다”고 전합니다. 다만, “아들의 지능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딸은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 1개씩의 X염색체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는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시대에 이런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공부를 잘하는 건 내 머리를 닮아서 그래”라고 하시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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