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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학무기로 심각한 결과 초래” 러시아 고위급 7명·기관 5곳 제재EU는 검찰총장 등 4명 자산 동결, 러시아 “불장난 말라” 보복 예고2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알렉세이 나발니. /AFP 연합뉴스미국과 EU(유럽 연합)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하려고 시도한 책임을 물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의 약점인 인권 문제를 부각해 푸틴을 압박하려는 서방의 공동 대응 전략이 가동된 것이다. 러시아는 “불장난하지 말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2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는 나발니 독살 시도에 연루된 러시아 고위 인사 7명과 관련 기관들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인 개인 및 기관과 관련된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과의 거래는 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은 러시아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인 연방보안국(FSB)의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을 필두로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안드레이 야린 크렘린궁 정책실장, 알렉산드르 칼라시니코프 연방 교정국 최고책임자, 세르게이 키리옌코 크렘린궁 행정실 제1 부실장, 국방부 차관 2명 등이다.이들은 모두 푸틴의 수족이다. 특히 야린 정책실장과 키리옌코 부실장은 나발니를 제거하려는 계획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주동자로 지목된다. 기관 제재 대상에는 FSB 등 정보기관 2곳과 국립유기화학기술연구소를 비롯한 과학기술 연구기관 3곳이 포함됐다.미국의 제재는 재무부 외에도 국무부, 상무부가 참가해 다각도로 러시아를 옥죈다. 국무부는 러시아를 방위 물품 수출 거부 대상국으로 지정했고, 상무부는 대량 살상 무기와 화학 무기를 지원하는 러시아 기업 14곳을 무역 제재 대상에 올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과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밝혔다.미국의 이번 동시다발적 제재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러시아를 향해 취한 첫 번째 조치다. 나발니 독살 시도에 침묵하고 푸틴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미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몇 가지 조치 중 첫 번째 단계가 나왔다”고 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AP 연합뉴스EU도 이날 미국이 제재하기로 결정한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칼라시니코프 연방교정국 최고책임자를 포함해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과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장까지 모두 4명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이 4명은 EU 내 27회원국에 입국할 수 없고 EU 내 자산이 동결된다.미국과 EU가 같은 날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것은 양측이 긴밀하게 대화하며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킬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EU를 탈퇴한 영국의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도 “EU와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러시아가 화학 무기나 인권 의무와 관련해 책임을 지도록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트위터에 썼다.러시아는 보복을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며 “불장난하지 말라”고 했다. 또 “백악관이 또다시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응하겠다”고 했다.푸틴의 대표적인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작년 8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인 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독일에서 치료받고 목숨을 건졌다. 그는 올해 1월 반(反)푸틴 운동을 계속하겠다며 모스크바에 돌아갔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게 수뢰 혐의를 씌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과거 사건을 끄집어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교도소에 수감했다.[파리=손진석 특파원 aura@chosun.com]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geumbori@chosun.com] ▶ 조선일보가 뽑은 뉴스, 확인해보세요▶ 최고 기자들의 뉴스레터 받아보세요▶ 1등 신문 조선일보,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