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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 올해 국내 증시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는 것처럼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시가총액 상위를 지키던 종목 중 상당수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새로운 기업들이 주도주로 떠올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도약이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인 이들은 6일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이날 시총이 46조2401억4600만원에 달했고, 카카오의 시총은 26조3839억200만원으로 불어났다. 1년 전(2019년 7월 5일)만 해도 시총 12위였던 네이버는 이날 현재 시총 4위로 올라서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장중 시총 7위(우선주 제외)까지 올랐다가 8위로 장을 마감했다. 1년 새 18계단이나 뛰었다.

반면 금융주·증권주는 시총 10위권 내에서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1년 전 9위였던 신한지주는 시총이 6조5893억3800만원 쪼그라들며 현재 20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3위에서 19위로 내려갔고 하나금융지주(27→33위), 우리금융지주(31→36위), 한국금융지주(57→84위) 등도 일제히 주저앉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때보다도 저조한 성적이다. 2008년 12월 30일 KB금융과 신한지주는 나란히 시총 6, 7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상장된 9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한국, BNK, 메리츠, JB, DGB)의 시총 합계는 51조5013억8600만원으로 1년 전 대비 20조원가량 증발했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합계(72조6240억4800만원)보다 21조원 이상 적은 규모다.

증권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증권업종 31개 종목의 시총 합계는 18조6192억5800만원으로, 카카오 하나보다 규모가 작다.

금융주·증권주들의 몰락은 코로나19 사태보다는 금융·증권업계 내부 문제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부터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젠투파트너스 등 끊이지 않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일까지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해 분쟁조정 절차가 필요한 사모펀드는 22개에 이르고, 판매 규모는 총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기업들이 광범위한 ‘테크핀(IT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나서며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도 기존 은행·증권사에 위협이 되고 있다. 네이버통장,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증권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현상은 기존 금융사들의 위기를 방증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편리한 선택지를 놔두고 말썽 많고 무책임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금융·증권주의 추락은 지금이 끝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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