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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 운항’ 유인해 5천~7천 위안 사기극도…中 해외 유입 확진자 143명, 정부 입국자 통제 안간힘한산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이 앞다퉈 귀국길에 나서면서 항공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게다가 항공사들이 운항 횟수를 줄이고, 기존에 예약된 항공편을 취소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비싼 가격을 치르고도 비행기표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자 해외 보다 본토가 훨씬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뚜렷함에도 해열제를 먹고 귀국하거나, 여행 이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부당 입국 사례가 잇따라 중국 정부가 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가 1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런던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아 항공사 측이 해명에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에어차이나 측은 “런던~베이징 항공편을 일부 축소할 예정이지만 노선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부터 런던에 있는 중국 학생들이 SNS에 “중국행 항공편이 취소됐다” “많은 돈을 냈는데, 항공편이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실제로 에어차이나의 16일 런던~베이징 항공편은 취소됐다.
미국 LA 공항 모습.UPI연합뉴스

영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모 군은 이전에 예약했던 런던~베이징 항공편이 취소된 뒤 아버지와 함께 귀국 항공권 구매를 위해 계속 웹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주군의 아버지는 “전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이 소극적이어서 학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아들을 다시 데려오기로 했다”며 “영국에 머무르는 것보다 베이징에서 격리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귀국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부 항공권 좌석은 최고 2만 5700달러(3180만원)까지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생인 힐버트 샤오는 런던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상하이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취소되자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다시 구매했다.

샤오는 “그런데 탑승권 가격이 평소의 7배에 달하는 2만 위안(354만원)이나 됐다”며 “직항편이 없어 많은 친구들이 오사카와 도쿄에서 환승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런던에서 출발해 제네바를 거쳐 상하이로 가는 한 항공사의 항공권 40장이 18만 위안(319만원)에서 시작되는 가격으로 판매됐는데, 그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매진되기도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상하이까지 가는 표는 좌석당 2만 위안에 매진됐다. 한 중국인은 예약했던 항공편이 취소됐고, 이후 가장 빠른 날짜는 5월 1일이라고 전했다.
항공편이 다수 취소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다리는 공항 승객들.EPA연합뉴스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랑차오는 1주일 전쯤 오는 26일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직항을 예약했는데, 뉴욕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다고 보고 31일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항공권도 별도로 예약해뒀다.

랑은 “처음 뉴욕에서 출발하는 표는 1600달러에 예약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가격이 폭등해 보스턴에서 가는 항공권은 2860달러에 샀다”며 “천식을 앓고 있어 귀국길에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학생과 학부모들의 조바심을 이용한 사기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에 있는 중국 학생들의 SNS에는 일부 학생들이 5000~7000달러를 사기당했다며 전세기 탑승객을 모집하는 채팅방을 조심하라는 경고 글이 퍼졌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0명을 넘어서는 등 전염병 역유입 사태가 우려되자 이를 차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의 3대 국유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은 코로나19 역유입을 예방하기 위해 국제선 감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이징시가 16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국적의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지정된 장소에 강제 격리하고, 격리 비용을 자부담으로 변경한 것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중국인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트 모습.UPI연합뉴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6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는 21명이고 사망자는 13명이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중국 본토 내에서 발생한 환자는 후베이성 우한에서 1명뿐이었고, 나머지 20명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였다.

해외에서 입국한 확진자는 베이징 9명, 상하이 3명, 광둥 3명, 저장성·산둥성·광시장족자치구·윈난성·산시성 각 1명이었다. 해외 역유입 누적 확진자는 143명이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 8명까지 줄었으나 해외 역유입 영향으로 13일 11명, 14일 20명, 15일 16명, 16일 21명으로 한자릿수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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