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1-21 21:02
[오래 전 ‘이날’]1월21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삼권분립 무시의 역사 [기타뉴스]
 글쓴이 : family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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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2010년 1월21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삼권분립 무시의 역사

“입법, 사법, 행정권을 분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재로 인한 위기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틀을 지키며 국가를 운영해 왔는데요. 그런데 사실, 삼권분립 자체가 ‘진리’인 것은 아닙니다. 만약 국민의 기본권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얼마든지 대체될 수도 있는 운영논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본질은 ‘삼권분립’으로 지키려 하는 ‘국민 기본권’인데요. 삼권분립을 대체할 수단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원칙을 흔드는 것은 위험합니다.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진 ‘한국형 대통령제’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치적 결심은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고, 이는 국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에는 이러한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면 ‘정의’, 너희가 하면 ‘불의’”

딱 이러한 상황이 10년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렸습니다. 당시 기사의 제목은 ‘대법원장 사퇴 막가는 사법부 흔들기’입니다. “한나라당의 사법부 흔들기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를 거론하는가 하면 ‘우리법연구회’ 해체, 법관의 인성·자질 공개 검증 등 법원의 조직·인사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이다”로 기사는 시작됩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야당 인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근 법원이 좌파를 비호한다는 비판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라며 “좌편향·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이 대법원장은 입장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입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이 같은 사법부 흔들기는 표면적으로 일련의 판결이 도화선이다. 강기갑 대표 무죄,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무죄 등 하나하나 이명박 정부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힌 사안들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상황을 ‘참여정부에서 법원 주류로 부상한 소수 진보 성향의 법관 때문’으로 보고, 그 상징으로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이 대법원장을 정조준 하고 나선 것이다”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 훼손이란 명분 약한 싸움을 끌고가는 한나라당의 공격은 의도적으로 좌·우 이념전 양상을 띠고 있다. 과도한 이념전의 이면에선 세종시 수정 정국을 겨냥한 측면도 엿보인다. 지지층 결집을 통한 여권 내분 진화와 세종시 이슈 희석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입니다. 정리하면 당시 정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압박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나온 또 다른 기사도 보시죠. 제목은 “민주 ‘집권세력 간섭 군사독재 때도 없어’”입니다. 기사는 “민주당 등 야당은 여권과 보수언론의 잇단 사법부 공격을 ‘사법부를 조직적으로 흔들어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로 시작합니다.


이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 판결에 집권 세력이 간섭하는 것은 몰지각한 막가파식 행태’라며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까지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우상호 대변인은 “오죽하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고 했겠느냐”며 “한나라당이 판사 공부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그 회원뿐 아니라 판사들 전체에 대한 압력”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결국, 정치권력을 획득한 세력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기관을 비판한 것입니다. 특히, “군사독재 때도 (이런 일은)없었다”는 비판이 눈에 띕니다.

꼭 사법부가 아니더라도 정치권력을 획득한 세력이 타기관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치는 대통령이 여당과 밀접하고, 의원의 장관 겸직도 가능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용인된다면 정권이 바뀌고, 국회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 기관은 물갈이가 될 것입니다.

현재 검찰을 둘러싼 상황이 10년 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검찰은 법무부 산하 행정부 소속이기에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검찰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입법부 의원들이 반발하는 상황은 10년 전과 겹쳐보이기도 합니다. 입법을 통한 검찰개혁이 아닌 행정부 일까지 국회에서 정쟁화하는 것은 악습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여 “항명 말라” 야 “망나니 칼춤”…검찰 인사 놓고 총선 전초전

삼권분립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국회에서 더 나은 안을 만들어 국민 동의를 받으면 됩니다. 혹시 소수 야당이 됐을 때를 대비해 미명뿐인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10년 전, 야당은 여당이 됐습니다. 입법부 다수당인 여당은 행정부 소속 검찰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미묘하게 닮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역사는 반복됩니다. 이번 사태는 미래에 또 다른 선례가 될 것입니다. 다시 10년 전 기사를 인용합니다. “사법부 흔들기는 표면적으로 일련의 판결이 도화선이다...(이 판결들은 모두)이명박 정부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힌 사안들이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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