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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의 육체는 집으로 퇴각해 숨고,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것일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책이란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22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인 소설가 김영하(사진)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도서전에서 "책이라는 매체가 굳건하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살아남았다"며 이렇게 말했다.올해 도서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연기·축소됐다가 3년 만에 대규모로 열렸다. 첫날에는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김 작가는 코엑스 A홀 책마당에서 '책은 건축물이다'는 주제로 종이책의 가치에 관해 강연했다. 김 작가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1년 출판시장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3대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며 "지난 몇 년간 보기 힘든 큰 폭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도 지난해 전체 책 판매량이 18% 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에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예상됐지만 사용 시간이 늘지 않았다"며 "책이 예상을 뒤엎고 꽤 건조하게 읽히는 매체가 됐다"고 덧붙였다.김 작가는 "책은 '전염병이 왔으니 이렇게 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우회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내가 행동할 모델을 찾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 사태를 다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조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인기를 끈 것을 언급하며 "일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 전인 2020년 초 서너 달간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 세계 사망자가 몇 명인지 매일 확인하면서 "세상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는 사관 같은 기분이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