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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승인투표 무산…‘31일 브렉시트’서 또 연기될 가능성
ㆍ존슨, 별도 서한에 “시한 연장 땐 영국·EU 모두 손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브렉시트 협상안에 대한 영국 하원 승인투표가 무산되면서다. 당초 존슨 총리가 지난 17일 EU와 브렉시트 협상의 잠정 합의에 성공하면서 오는 31일 브렉시트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의회 제동으로 브렉시트는 또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하원은 이날 보수당 출신 무소속 올리버 레트윈 의원이 낸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322표, 반대 302표로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는 이날 EU와의 잠정 합의안에 대한 비준을 시도했으나 ‘레트윈 수정안’이 먼저 통과되면서 승인투표를 취소했다. 레트윈 의원의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에는 승인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영국이 합의 없는 브렉시트인 ‘노딜’을 피하려면 31일 이전에 이행법률을 만들어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승인투표가 무산된 데는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존슨 총리와 EU의 합의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브렉시트 이후 EU 관세동맹을 떠난다. 북아일랜드는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제에 남지만 경우에 따라 EU 관세를 따르도록 했다. 또 북아일랜드 의회는 브렉시트 후 4년마다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DUP는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 지위와 관련해 자신들이 거부권을 쥐기를 원했으나, 협상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영국 하원에서 보수당 의석(288석)이 과반(320석)에 미달해 DUP(10석)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승인투표 무산 뒤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세 통의 서한을 EU 측에 보냈다. 지난달 초 의회를 통과한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은 이날까지 협상안이 의회 비준을 못 받을 경우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로 연기해줄 것을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서한을 보내면서도 브렉시트 연기가 자신의 뜻에 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존슨 총리가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보낸 연기 요청 서한에는 서명이 없다. 존슨 총리는 서명이 담긴 별도 서한에서 “브렉시트 추가 연장은 소모적이며 영국과 EU의 이익과 상호관계를 손상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10월31일 브렉시트’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향후 일주일 내에 브렉시트 이행법률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제이컵 리스모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승인투표를 21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승인투표 거부를 시사해 실제 투표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브렉시트 연기는 EU 정상회의의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정상회의 기간 중 “더는 연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AP는 EU가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선호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 연기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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