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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로켓의 핵심 엔진을 설계하며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KAI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부품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이와 함께 누리호 1단 추진체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터보 펌프, 시험 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 격인 75t 액체 로켓 엔진은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 등 극한의 조건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화그룹 방산 업체인 ㈜한화도 누리호 가속, 역추진 모터와 임무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한화그룹 역할이 컸다. 한화그룹 측은 “75t 액체 로켓 엔진은 누리호 핵심 부품으로,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 조건을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엄빌리컬타워를 비롯한 발사체 발사대는 2016년부터 올 3월까지 4년 넘는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이 총괄, 제작했다. 엄빌리컬타워는 48m 높이로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3300도 고열과 300t 추력을 견뎌내야 하는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 몫이었다. 엔진을 점화해 발사체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발사 전 필수 과정이다.누리호 제작, 발사 과정에서 국내 기업 기술력이 빛을 발한 만큼 향후 우리나라 우주 산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는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특히 정부가 개발을 주도하던 기존 방식에서 민간 기업이 앞장서는 방식으로 우주 산업 패러다임이 점차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우주 기업 ‘버진갤럭틱’,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세운 ‘블루오리진’ 등이 최근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 여행 시대를 앞당기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된 것도 호재다.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발사 장소 등을 제한하는 규제가 모두 사라졌다. 발사체 개발을 묶던 제약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연구개발이 한결 쉬워졌다.국내에서 우주 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주도로 지난 3월 우주 산업 컨트롤타워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등 우주 산업을 해온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스페이스허브는 최근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해 ISL(위성 간 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ISL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로 위성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다. ISL 기술을 통해 여러 대의 위성이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계열사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우주 기업 원웹(OneWeb)에 3억달러(약 3450억원, 지분율 8.8%)를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원웹의 주력 분야는 저궤도에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 사업이다. 저궤도 위성을 군집 형태로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끊기지 않는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다. 광랜이 필요 없어 비행 중인 항공기에도 인터넷 제공이 가능하다. 원웹은 2019년 세계 최초로 우주 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할 정도로 우주 인터넷 사업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내년이면 위성 648기로 우주 인터넷망을 완성해 글로벌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시스템은 머지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다. 위성통신 기업 유텔샛은 향후 3~5년 내 원웹의 연간 수익이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인터넷 시장 전망도 밝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를 1조1000억달러(약 1260조원)로 전망했는데 이 중 절반을 넘는 5800억달러(약 670조원)가량이 우주 인터넷 시장 몫이다.앞서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해 말에는 미국 전자식 위성 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에 3000만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하는 등 위성 안테나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전자식 위성 안테나는 기지국, 광랜 등 지상 인터넷망이 닿지 않는 바다와 하늘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까지 독자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2025년 정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력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발사체 엔진 개발 전문 기업으로 1999년 과학 관측 로켓3호의 엔진 구동장치 개발을 시작으로 발사체 엔진 개발을 주도해왔다.이에 질세라 KAI도 올 초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경남 사천시에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 중이다. 설계, 제작, 조립, 시험을 우주센터 한 곳에서 진행해 우주 기술 개발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누리호 기술을 기반으로 발사체 체계 종합 기술을 키워 우주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무인 항공기와 위성, 우주 발사체 등 사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지난 7월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5년간 위성, 비행택시 사업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진출에도 나서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로켓 발사 능력이 없는 국가를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최근에는 인공위성 사업에 뛰어든 기업도 부쩍 늘었다. 쎄트렉아이, AP위성이 대표적이다.쎄트렉아이는 국내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진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지구 관측 위성 시스템이 주력 사업이다. 방위 사업, 위성 영상 판매·분석 사업을 병행한다. 올 들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윤창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쎄트렉아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 시스템 독자 설계, 제작, 시험, 운용 기술력을 갖췄다. 세계 최고 해상도를 갖춘 지구 관측 위성 개발을 앞둔 만큼 향후 수주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위성은 인공위성, 위성통신 단말기 전문 기업이다. 아리랑 1호 개발을 맡았던 류장수 대표와 옛 현대전자 위성사업부 연구원들이 2000년 설립한 회사다. 다목적 실용 위성 사업에 참여해 위성 본체, 탑재체 등 위성 시스템 사업을 해왔다.[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2호 (2021.11.03~2021.11.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