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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발표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 분기 변경에서 새로 편입된 제약·바이오기업 세 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며 주가가 급등한 씨젠, 알테오젠, 신풍제약이 그 주인공이다.

MSCI 지수 변경은 5월과 11월의 반기 리뷰, 2월과 8월의 분기 리뷰로 1년에 4번 진행된다. 통상 분기 리뷰는 반기 리뷰보다 변경 기준이 높아 새로운 종목의 추가 또는 삭제가 뜸한 편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나 백신, 치료제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한 까닭이다.

MSCI 분기 리뷰에서 지수에 신규 편입되려면 시가총액과 유동 시가총액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8월 20일 기준 씨젠의 시가총액은 6조2463억원으로 코스닥 2위에 해당한다. 코스닥 시총 순위 3위 알테오젠(4조6438억원)과 신풍제약(4조8216억원·코스피 50위)도 시총 기준을 훌쩍 넘겼다.

당장 MSCI 지수 편입은 이들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의 자금이 55조~6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지수에 포함되면 단기적으로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패시브 자금을 통해 씨젠에 1400억원, 알테오젠에 1140억원, 신풍제약에 146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진단키트 수출로 어닝 서프라이즈

▷발빠른 FDA 승인으로 해외 수요 탄탄

이번 지수 변경에서 새로 편입된 종목들의 공통점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거나 향후 수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만든 국내 최고 스타 기업 중 하나인 씨젠은 진단키트 매출에 힘입어 2분기 역사적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씨젠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748억원, 영업이익 16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8%, 3540%가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60%를 넘어섰다.

특히 씨젠의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4분기 한미약품이 초대형 기술 수출로 기록했던 1715억원에 이은 제약바이오기업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련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며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코로나19 관련 비중은 매출의 35% 수준에 불과했으나, 2분기 들어 실질적인 코로나 관련 수출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월 12일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고, 4월 22일에는 FDA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발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씨젠이 경쟁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된 5월 이후에도 진단키트 수출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미국 수출 규모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FDA는 신속진단키트인 항체진단키트에 대해 당초 서류 등록만으로 미국 내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문제가 생기자 지난 5월 4일 미국 국립암센터(NCI)의 EUA를 획득한 항체진단키트만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FDA의 EUA 승인을 기준으로 업체를 검증하다 보니 수출의 벽은 한층 높아졌다. 일찌감치 EUA 승인을 받은 씨젠은 진단키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빨라도 2021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다른 국내 업체들이 경쟁 심화로 가격 인하, 주문 취소 등에 시달리는 반면 씨젠은 기존 단가를 유지하고 주문량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4.7조 규모 기술 수출 잭팟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에 주가 14배

알테오젠은 지난 6월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제로 바꾸는 원천기술을 최대 4조7000억원에 기술 수출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단일계약 규모로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2번째에 해당한다. 기술 수출료 유입으로 실적도 흑자로 돌아섰다. 알테오젠은 올 2분기 매출액 99억원과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14억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 계약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비독점’이라는 데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같은 기술을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13억7300만달러(약 1조629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앞으로도 다른 제약사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알테오젠 원천기술인 ‘ALT-B4’는 정맥주사용 의약품을 주입이 보다 간편하고 부작용이 적은 피하주사용으로 바꿀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평균 투약 시간만 4∼5시간 걸리는 정맥주사와 달리 피하주사는 피부에 직접 투약해 편리하다. 특히 로슈, BMS, 얀센 등 오리지널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미 검증된 물질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형을 개발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SC제형 전환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높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임상 성공과 마일스톤 수령 가능성이 높고 그 시점도 빠르기 때문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임상을 마치고 상업화된 검증된 품목으로 제형만 변경해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여타 신약개발 업체들의 기술 수출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계약”이라며 “임상 2상 면제 등 간소화 가능성이 높아 마일스톤 수령 시점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세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손에 잡히는 재료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경우다.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성분명 알테수네이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가 바닥을 찍은 지난 3월 19일 이후 5개월 동안 주가 상승률이 1310%로, 무려 14배 넘게 뛰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 상승폭이다. 지난 5월 13일 발 빠르게 승인을 받고 임상 2상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 4월 감염세포 시험에서 피라맥스 주성분인 피로나리딘 인산염과 알테슈네이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고 알려지면서 급등락을 거듭했다. 두 성분을 같이 적용할 경우 세포의 독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임상 2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신풍제약은 주가 상승폭만큼이나 거품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급격한 주가 변동으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오너인 장원준 사장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민병관 씨는 주가가 급등하자 자신이 보유한 신풍제약 주식 92만3902주를 전량 장내 매도해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3호 (2020.08.26~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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