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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제12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연극 창작집단 '907' 대표[서울=뉴시스] 설유진. 2021.11.01. (사진 = 두산연강재단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영역이다. 연극 창작집단 '907'을 이끄는 설유진 연출이 증명한다. 최근 '제12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다. 연극계 귄위 있는 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만 40세 이하 예술가들이 받는다. 서른 두살에 연극계에 늦깎이 데뷔한 설 연출은 '초인종' '홍계월전' '9월' '홍평국전' 등을 통해 무대를 한정된 공간 너머의 무한대로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존 극장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배우, 소리, 빛 등을 새롭게 배치하며 인물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다. 설 연출은 수상 소감으로 "연극으로 이 세상에 나 혼자 살지 않는다는 것과 나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극이 멋진 예술"이라는 얘기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설 연출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연극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설 연출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인가요?"기쁨보다 '내가 작품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작품 또는 그 작품에 대한 연출상이 아니잖아요. 근래 2, 3년 작업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보시는 건데 '언제 작업을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두산연강예술상은 연출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상이었습니까? "(두산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 내 블랙박스 극장인)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공간 욕심이 있거든요. 흠모하는 공간이라, 이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다른 작품을 보면서, 소리와 빛이 다 차단돼 진공상태라는 느낌을 받은 공간이라 흥미로웠거든요."-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하셨잖아요. 원래 독문학을 공부하셨고 다른 일을 하다가, 2014년 서울연극제 희곡공모전 '희곡아 솟아라!'에 '씨름'이 당선되면서 연극 일을 시작하셨죠. "졸업할 때 즈음에 촬영장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광고·뮤직비디오 업계의 조감독으로 3년을 일했죠. 무엇을 만들고 현장을 통솔하는, '감독이라는 직업' 자체에 반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이 학교에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미국으로 도망갔어요. 이런저런 일을 했고, 작은 사기를 당한 뒤 모은 돈을 모두 썼죠. 이후 한국에 돌아와 '붐 오퍼레이터' 일을 했죠. 그러다 한 분이 기획사를 차리셨고, 거기에 합류했는데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도 하시는 거예요. 근데 사실 연극이라는 것이 열악하잖아요. 특히 지역을 돌며 연극을 했으니 오죽했겠어요. 그런데 별다른 무대나 장치도 없이 약속만 하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연극의 매력에 빠진 거예요. 혼자 여관방에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남을 때마다 대본을 썼고, 처음 쓴 대본이 당선이 된 거죠. 이듬해인 2015년 '초인종'이 '차세대인력육성사업(AYAF)'(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돼 운 좋게 작·연출을 하게 된 거죠."-연극을 해본 적이 없으니 907를 꾸릴 때도 연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들과 작업을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뉴시스] 설유진. 2021.11.01. (사진 = 두산연강재단 제공) photo@newsis.com"연극에 대한 꿈을 가졌다기보다 '재밌네'가 시작이었어요. 우선 공연을 위해 사업자 등록증이 필요했는데 이름도 저 혼자 만들어야 했죠. 우선 해외에서도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게 숫자로 만들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의미를 담으면,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입에 붙기 좋은 세글자로 하고 싶었고, 그래서 제 생일인 '907'로 정했죠. 극단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도 몰랐죠. 음향을 담당했던 친구가 작곡을 맡았는데 원래 작곡가이고, 쇼핑몰하는 친구가 기획자 겸 포스터 디자이너를 맡았죠." -기존 주류의 연극계 시스템과는 다른 길을 모색해오셨어요. 그런데 이번 상은 어떻게 보면, '메인 스트림'에 입성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독립 예술가로서의 실존적 고민도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사실 연극계 '메인스트림'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연극계의 연극제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협회에도 등록이 돼 있지 않아요. 그런데 차세대인력육성사업, 서울연극센터 '뉴스테이지', 국립극단 '연출의 판' 그리고 이번 두산연강예술상까지 어떤 분이 보시기엔 제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거예요. 일종의 '수혜'를 받은 거죠. 근데 제가 연극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니까 정극이 아닌 특이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여성이나 남장을 하고 전쟁영웅으로 살아가는 '홍평국'을 다룬 '홍평국전'을 다목적 공간인 '디스 이스 낫 어 처치'에서 공연하는 등 무대 공간의 다른 질감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이전에도 우체국이나 거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공연하면 돈이 더 많이 들어요. 저희가 장비를 다 가지고 가야 하나까요. 하지만 환상으로라도 '어디서든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특히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그런 고민을 더 했죠. 공연이 영상물로 대체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물론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가 좋긴 하지만 실제 라이브 공연이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극이 사라질까 걱정을 했고, 어느 공간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처음 연극을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연극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있나요?"전보다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기쁨이 늘었어요.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더 이상 성실하지 않고, 재주 부리듯이 공연할까봐 무서워요. 변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전환기에 놓여 있는 거 같아요. 동년배,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이들과 영감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서로를 보면서 힘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연극을 하면서 자유와 사랑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고요. "가면 갈수록 자유롭지 않다는 걸 많이 느껴요. 시대적인 여론이나 환경뿐만 아니라 흐름에 현혹되는 상황이 발생하죠. 어떤 문제나 무엇인가를 바라봤을 때 편견이나 휘둘리지 않고 제 생각을 정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뿐만 아니라 저희 스스로도 중심을 갖고 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