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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박 위원장의 급격한 입장변화를 두고 당내에선 “자초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시도”(수도권 다선 의원)라거나 “식물 당 대표 전락의 기로여서 절박했을 것”(지도부 소속 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 이어 25일 선대위 모두 발언에서도 당내 주류인 586그룹을 향해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586그룹에 속하는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586그룹의 강한 반발을 샀다. 윤 위원장은 “논의된 적 없는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고 박 위원장과 함께해 온 비대위원들 사이에서도 “TPO(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가 맞았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대화, 장소, 형식, 절차 이런 것들이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26일, 조응천 의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박 위원장을 발탁·천거한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박지현 발 내홍의)내용과 앞뒤 맥락을 잘 모른다”(26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며 거리를 뒀고 이재명계 내부도 “언젠가 해야할 말이지만 선거 복판에서 꺼낼 말은 아니다”(이재명계 재선 의원)라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원로그룹마저 “당장 자중지란을 멈추라”(26일 중앙일보 인터뷰)고 압박하자 박지현 발 ‘586 용퇴론’은 동력을 상실했다.━고립 심화냐 재도약이냐 기로에 선 박지현



박지현(왼쪽),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뉴스1윤 위원장에 대한 공개 사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 내 내홍은 진행형이다. 지난 26일 두 공동비대위원장은 서울 청계광장 집중 유세에 동반 참석하려다 일정을 취소했다. 윤 위원장 측 인사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박 위원장이 유세전에 참석하면 윤 위원장은 참석이 어려울 것”이란 뜻을 전하자 난처해진 송 후보 캠프 측이 결국 둘다 초청하지 않기로 하며 생긴 일이다.그날 밤 두 위원장 사이엔 한 통의 전화가 오갔다고 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동선이 안 맞아 회동은 못 했다”며 “지방선거 전에 당 쇄신 방향을 담은 성명이라도 내자는 박 위원장과 지방선거 이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총의를 모으자는 윤 위원장이 여전히 평행선”이라고 설명했다.한번 꺾인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 이후 당내 존재감을 회복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비대위원 임기가 끝나면 박 위원장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컷오프’ 입장 번복, 돌출적인 ‘이재명 계양을’ 공천 주장 등으로 지도부 내부는 물론 당내 전반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최근 이재명 위원장과의 서먹해진 관계도 그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달 초 총대를 메고 ‘이재명 인천 계양을 공천’을 주장해 “이재명의 페르소나”란 말이 돌았던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회견에선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다.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공천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번복을 주도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민주당 당직자)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며 이 위원장의 팬덤층인 ‘개딸’들과 빚은 갈등이 심화 일로인 것도 두 사람 관계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이날 페이스북 사과문에서도 박 위원장은 “일부지만 팬덤 정치가 우리 당원을 과잉 대표하고 있다”며 “또 이들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그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당의 선택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이 위원장한테 전화가 와도 박 위원장이 제때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로 둘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트위터 캡처]여전히 박 위원장의 미래를 긍정적 보는 시선도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대선 패배 후 박 위원장을 따라 대거 입당한 여성들 중 개딸들은 소수”라며 “박 위원장 스스로 별도의 팬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586 용퇴론이 당장은 실패처럼 보여도 지방선거 이후 자기 정치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SNS상에선 ‘#박지현을_지키자’는 태그를 달고 박 위원장을 응원하는 2030 여성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