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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5%에서 동결
"적극재정 불가피하지만, 국가채무 억제 노력 필요"
"단순성·강제성·유연성 기준서 재정준칙 살펴야"
"저금리 속 가계부채 증가, 일관된 건전성 정책 중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원다연 김경은 기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는 14일 당장의 적극적인 재정 운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나라빚뿐 아니라 저금리 기조 속에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기가 정상 궤도로 올라설 때까지는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기준금리는 기존 0.50% 수준에서 또다시 동결했다.

“저출산·고령화 빨라 의무지출 급증할것”…‘엄격한’ 재정준칙 강조

이주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은 재정의 적극적인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내려온 이후 기준금리가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날 금통위에 대한 관심은 한은이 내놓을 경기 진단에 쏠렸다. 이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나라빚과 가계빚이 모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지난해까지 40% 아래에서 관리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으로 43.9%로 올라섰다. 2024년에는 58.3%까지 올라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여 장기적인 성장기반 훼손을 막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귀담아 들을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일 2025년부터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거나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이 -3%를 밑돌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이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국가재정 운용에 ‘자기규율’을 마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 인구구조 특성상 의무지출의 급증을 고려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간 국가 채무 비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에서 대폭 후퇴한데다 시행 시기도 2025년으로 미뤄져 ‘맹탕 준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총재도 이같은 평가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저출산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서 연금이라든가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IMF가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기준으로 △단순성(재정총량지표에 대한 목표가 단순하게 제시되어야 것) △강제성(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시기구를 둬야 한다는 것), 유연성(위기시에는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둔 것에 비추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엿다.

“가계부채 증가세 우려되지만…거시건정성 정책이 중요”

저금리 기조 속 주식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자금 쏠림이 이어지며 가계빚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에도 이 총재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한은이 전날 내놓은 ‘9월중 금융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한달새 9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월별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속보 작성(2004년) 이후 사상 최대였던 지난 8월(11조7000억원)에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이 이미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 대응 방안으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장 금리 정책의 변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저금리 상황이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책 대응의 우선 순위를 한은의 통화정책보다 정부 정책을 여전히 우선으로 둔 것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고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며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불균형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에도 대체로 경계하면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중립적인 스탠스를 피력한 금통위였다”고 평가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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