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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개천절 집회에 이어 한글날 집회에서도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경찰은 지난 3일 극우·보수단체의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세종대로 일대에 경찰 버스 300여 대로 차벽을 쌓아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추모 시민들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불통의 상징' 차벽이 촛불시위로 탄생한 현 정부 들어 등장한 데 대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과거 '명박산성'을 빗대 '재인산성'이라는 비판과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은 못할망정 퇴보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도 경찰이 한글날 또 차벽을 설치하고 방역 차원에서 드라이브 스루도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감스럽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한글날 차벽 설치에 대해 국민 56%는 '불가피한 조치', 41%는 '과잉 조치'라고 응답해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지만 여전히 논쟁적이다. 아무리 감염병 사태라고 하더라도 기본권 침해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2009년) 때 경찰이 서울광장에 차벽을 두른 행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도한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고 판시한 것"이라며 차벽 자체는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별방역이라는 명분에 기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지 않고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집회의 자유 조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해법이 필요하다. 한글날에도 차벽을 쌓고 불심검문을 실시하다가는 위압감과 불편을 호소하는 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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