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사용자 '악마의 편집실'이 최근 공개한 2분여 길이의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동영상은 손석희 앵커 사회로 전원책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이 벌이는 가상 토론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토론에서 한 발언과 올해 전 변호사가 JTBC 신년 토론에 출연해 한 말을 편집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돌연 삭제돼, 누리꾼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손 앵커는 먼저 "전원책 변호사께서 나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소개한 뒤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와 주셨습니다"라고 말을 잇는다. 박 대통령이 카메라를 보고 "안녕하십니까. 나라의 운명과 여러분의 삶이…"라고 말하려는데, 손 앵커가 갑자기 "자, 그럼 토론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자른다. 이어 손 앵커에게 불만을 품은 듯한 박 대통령의 묘한 표정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손 앵커가 "첫 번째 올릴 이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슈입니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화들짝 놀라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손 앵커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간담회를 했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지금 혐의 사실로 올라 있는 내용들을 다 부인한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했다라는 얘기를 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었는데요, 우선 전원책 변호사께 (발언 시간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전한다.
전 변호사는 "우리가 이걸 '리걸마인드'(Legal mind·법적 사고방식)라고 그러는데요, 단순한 법률 지식보다는 체계적인 법적 사고를 하는 이 기본적인 리걸마인드가 대통령에게 결여돼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몇 가지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손 앵거의 말에, 박 대통령은 "원…그러나…그…우리…그…전력"이라며 특유의 화법을 선보인다. 이에 손 앵커가 돌연 "잘 알겠습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말을 재차 자르고, 박 대통령은 겸연쩍은 몸짓을 보인다.
손 앵커는 "우선 요 문제부터 얘기할 텐데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진짜 보수냐 가짜 보수냐 논쟁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당사자이시기 때문에(이 말을 들은 박 대통령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전원책 변호사께 (발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는 시작하면서부터 좌파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보편적 복지, 쉽게 말하면 전혀 세밀하지 못한 (공약을 내놨다)며 "난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요"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반론권을 얻은 박 대통령이 "예,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거에 대해서 막 하지 마라, 뭐 이렇게 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것은…"이라며 말을 이으려는 순간 사달이 일어난다. 실제 토론회 당시 논란을 낳았던, 전 변호사가 격하게 화내는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전 변호사가 "자꾸 이상한 소리하는데 어떻게 지도자 소리를 듣겠어요"라고 분노를 표하자, 박 대통령은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 앉는다.
손 앵커는 "전 변호사님, 만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말씀을 하셨다면…전 변호사님 고맙습니다"라고 매듭 짓는다. 손 앵커의 말에서 자신을 옹호해 줄 발언이 나오지는 않을까, 기대감을 나타내는 표정을 짓던 박 대통령은 "전 변호사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끝으로 전 변호사가 흡족한 듯 웃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유튜브 채널 '악마의 편집실' 동영상 화면 갈무리)
하지만 해당 동영상은 유튜브 '악마의 편집실' 채널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 해당 채널의 풍자 관련 동영상이 모두 삭제된 탓이다. 악마의 편집실은 9일 "구독/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악마의 편집실'입니다"라고 운을 떼며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전했다.
"그동안 본 채널의 동영상을 재밌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채널은 '악마의 편집'이라는 컨셉으로 시청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웃음을 전달해 드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제작 의도와는 달리 시청 인식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관련 게시글들을 차단하였습니다. 이 점 양해를 구하며 앞으로 좀 더 나은 영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악마의 편집실'은 댓글을 통해 "자료는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힘들게 만드셨을 텐데 아쉽네요. 풍자라는 이름으로 생각하면 될 걸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걸까요"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715445#csidx735e5eba9c57160859e763f7f9dae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