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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잇따라 금융관련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정두리 김정현 기자]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이 30일 공개된 가운데 고객(차주)이 기대하는 실질적 금리 인하 효과는 사실상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 비율인 수용률로 금융사 줄세우기는 할 수 있지만, 각 사별로 신청 건수 차이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신청 건수가 많으면 수용률이 떨어지지만, 이자 감면 총액은 많은 편이다. 반대로 신청자가 2명인데 모두 인하했다면 수용률은 100%가 되는 셈이다. 금융사들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로 회사 간 ‘줄 세우기’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자료=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신한, 이자 감면 ‘우등생’이지만...업계 최저 수용률 ‘불명예’은행연합회가 30일 공시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살펴보면 주요 시중·국책·지방·인터넷은행 등 은행권의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는 약 88만9000건으로, 이 가운데 약 22만1000건이 수용됐다. 수용률은 24.86%로 총 728억원의 이자가 감면됐다. 차주가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4번 중 1번 꼴로 은행들이 허가해줬다는 의미다. 이 중 5개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평균 수용률은 41.5%다. 신한은행이 30.4%로 가장 낮았으며, 하나은행 33.1%, KB국민은행 37.9%, 우리은행 46.5%, NH농협은행은 59.5%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공시는 금융당국이 2021년 10월 발표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에 이어 금리인하요구권 비교 공시로 인해 금융사간에 금리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사들이 ‘업계 최저 수용률’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을 둘러싼 건전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해서다.하지만 당국의 취지와는 달리 금융사들은 수용률은 줄 세우기를 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시에서 시중은행 중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꼴찌인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가계대출(약 27억9000만원)과 기업대출(약19억1000만원) 고객 이자를 총 47억원 감면해줬다. 이자감면액 규모로 따지면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신청건수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금리 인하 신청 건수는 11만1060건으로, 다른 4개 은행의 신청건수를 더한 7만1887건보다도 많았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비대면으로 쉽게 접수하도록 만들어 한번 거부당한 사람이 계속 반복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A은행에서는 대출 1건에 대해 금리인하요구를 55회 중복해 신청한 사례도 있었다. 즉 동일 계좌에 대한 중복 요구권 발동 등 신청 건수에 대한 허수가 존재하는 것이다.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2020년도부터 비대면으로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많은 고객들이 손쉽게 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신청건수는 타 시중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많고 실제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는 실수용건수와 수용금액도 압도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시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의 비대면 신청이 가능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뿐이다. 은행연합회도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을 기준으로 은행 선택 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리인하요구가 활성화된 은행은 중복 신청 건이 상당수 포함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용건수 및 이자감면액 등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것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규모가 시중은행보다 작은 인터넷은행에서는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에 따라 감면액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시에서는 케이뱅크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24.6%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았고, 감면액도 54억원으로 가장 컸다.“수용률 줄세우기 의미없어…부작용 우려”사실상 수용률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융사 입장에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용률만을 가지고 계속 얘기를 한다면, 수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인 금리 인하 폭을 줄이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같은 기준으로 공시를 하게 됐는데, 특히 1분기에는 처음이다보니 혼란이 있었다”면서 “보험사마다 단순 문의 건까지 신청건수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보험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신청률을 비교하기보다 앞으로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도 ”저축은행별로 격차가 극심하다”면서 “대출실적이 많지 않은 경우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 자체가 적어 수용건수 몇 건에 따라 수용률이 좌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들을 줄세우기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